서민은 이미 불황늪… "가계 수입도 갈수록 줄어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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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체감경기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소비에서 소득 계층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지역 모 백화점 세일에 몰려든 고객. 부산일보 DB

향후 경기상황을 알려주는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와 기업의 '체감경기'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체감경기를 알려주는 각종 지표들이 대부분 기준선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모습. 특히 가계의 소득 수준별, 기업의 규모별 '체감경기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져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비자 체감경기 '꽁꽁'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은 이미 낮아질대로 낮아진 상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1년 10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현재 경기 판단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 1월 88에서 지난달에는 66까지 떨어졌다.

C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그 아래면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한은의 조사결과는 현재 경기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소비자가 월등히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는 소득 계층별로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가계수입 전망 CSI의 경우 지난 1월에는 월수입 100만 원대와 100만 원 미만 가구를 제외한 200만 원대, 300만 원대, 400만 원대, 500만 원 이상 가구가 모두 기준치인 100을 넘겼지만 지난달에는 500만 원 이상인 가구만 100을 넘겼다.

이는 향후 가계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하는 가구가 지난 1월에는 월평균수입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이상가구까지 광범위했으나 10월에는 5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 만이 가계수입 증가를 예상했다는 말이다.

생활형편 전망 CSI 역시 1월에는 월수입 200만 원대, 400만 원 대, 500만 원 이상 등 총 6개 구간 가운데 3개 구간의 가계가 향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10월에는 월수입 500만 원 이상 가계만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가계 수입과 생활형편에 대한 전망은 악화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기대치는 4.2%로 네 달 연속 4%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9월에는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인 4.3%까지 치솟았다.


월수입 500만원 이상 가구만
"가계 수입 더 늘어날 것" 전망
소득 수준별 '온도차' 더 커져

기업 경기도 양극화 뚜렷
중소기업 업황BSI 내리막길



■소매 판매도 양극화

소비자들의 체감경기 악화는 대형 소매점들의 판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주요 유통업체(백화점과 대형마트 각 3사)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 지난 9월에 이들 업체의 구매건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모두 구매건수가 감소했다"는 것이 지경부의 분석.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에 비해 저가제품 위주의 대형마트의 매출 부진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의 경우 1인당 평균 구매건수가 전년동월 대비 2.1%가 줄어든 반면 백화점 1.0%만 감소했다.

1인당 구매단가도 대형마트는 전년동월 대비 0.9%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백화점은 7.5%나 상승했다. 3~4%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대형마트의 구매액은 사실상 감소한 반면 백화점 구매액은 상승세를 유지한 셈이다.

서민들의 소비심리를 나타내 경기 불황 여부를 알려주는 '이마트 지수'도 지난 3분기에는 기준치인 100 이하로 떨어졌다. 신세계에 따르면 이마트 지수는 3분기에 99.0을 기록해 2분기만에 100선을 하회했다.


■기업 체감경기도 양극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도 악화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극소수 수출 대기업만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을 뿐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은 '불황'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대기업의 업황BSI는 한 달 전에 비해 6포인트 상승한 88을 기록한 반면 중소기업은 1포인트 하락한 79를 기록했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업체들이, 100 이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들이 많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전체적으로 비관적인 상황에서 그나마 대기업은 소폭의 개선 조짐을 보이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체감경기 격차도 두드러진다. 지난 달 수출업체의 업황 BSI는 83으로 한달 전에 비해 6포인트 상승했지만 내수기업은 81로 2포인트 하락했다. 업종별 가동률에서도 수출기업은 전 달에 비해 5포인트 상승한 반면 내수기업은 1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11월 업황전망 BSI가 전월보다 4포인트 하락한 8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9년 8월(8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자본력이 약한 벤처기업의 경우 체감경기 악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벤처기업협회 부설 벤처기업연구원(KOVRI)에 따르면 10월 벤처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경기실적이 95포인트를 기록해 3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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